오른쪽에 보이는 Microwave의 뒷면이 보기싫은 오경석이 그곳을
종이로 가리고 작은 그림들을 붙였다. 왼쪽에는 Type writer가 보이고, 뒤쪽의 냉장고는 17년이 지난 2012년 현재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당시 유병진은 기독교 잡지를 발행하고 있던 어느 교회 목사님댁으로 가서 잡지 편집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모가 '어떤 목사님이 곧
타주로 이사를 가는데 살림살이를 처분하니 가면 싼 값에 살 수 있을 것'이라 일러 주었다. 저녁시간에 오경석과 함께 Van을 하나 빌려 그야말로
차가 터져나갈 만큼 싣고 왔다, 겨우 몇 백불을 지불하고서.
우리는 금방 눈치챘다. 이 목사가 이사가는 것이 아니라 야반도주하려 한다는 것을.
얼마 후 그 목사네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오경석과 함께 나가던 교회의 사모도 이 목사의 사모로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는데, 선불로 1년치 수업료를 다 지불했다고 하면서 어이없어 했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어쩌랴, 도망간 자도 목사요, 소개해 준 자도 목사요, 돈을 떼인 자도 목사인 것을!
위의 사진속 우리가 정답게 앉아있는 저 소파도 그때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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